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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암보험금 이어 즉시연금 분쟁까지… 삼성생명, 실적악화-이미지 실추 “난감하네”
[2021-07-25 21:03:00]
 
‘4300억원대’ 즉시연금 소송 1심 패소… 항소검토 등 “장기화 국면”
2분기 충당금적립으로 순익급감 예상… “고객과의 갈등 언제까지”


국내 최대 생명보험사 삼성생명이 분쟁금 4300억원이 걸린 ‘즉시연금 미지급 청구소송’ 1심서 패소했다. 아직 1심이고, 삼성생명이 항소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업계 맏형’의 패소는 즉시연금 분쟁서 생보사들이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생명은 몇년 전 자살보험금 분쟁에 이어 최근 암환자들과 암 보험금 지급 분쟁에 휘말리는 등 ‘분쟁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즉시연금 지급 소송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돼 난감한 상황이다.


◆ 재판부, 원고승소 판결… “보험금 지급하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1일 진행된 삼성생명 즉시연금 보험금 반환청구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약관법은 사업자로 하여금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중요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피고는 공시이율 적용이익 중 일부만이 연금 월액으로 지급되고 나머지는 만기보험금으로 적립된다는 점 등의 중요 내용을 약관 등 어디에도 명시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피고는 명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약관 등에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위한 연금월액 일부가 공제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으므로 이는 계약 내용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약관 규제법은 약관이 명백하지 않으면 고객에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규정 한다”며 “따라서 연금 산정 기준은 원고들 주장대로 ‘순보험료(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 곱하기 공시이율’로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번 삼성생명의 소송이 의미가 있는 것은 최대 1조원대로 추정되는 보험업계의 즉시연금 미지급 보험료서 삼성생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업계는 삼성생명 즉시연금 고객이 5만명, 이로 인한 미지급 보험료는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은 소송 결과에 대해 “판결문을 받아본 뒤 내용을 면밀히 살펴 공식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같은 내용의 소송서 패소한 3개 보험사도 모두 항소한 바 있다.


◆ 분쟁원인 된 과소지급… 1심 판단만 ‘3년’

삼성생명 즉시연금 분쟁의 시작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즉시연금 가입자들은 최초 받기로 한 연금월액이 기준에 미치지 않자, 과소지급을 주장하며 보험사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 번에 보험료로 내면 보험료 운용수익 일부를 매달 생활연금으로 주는 상품이다.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만기가 돌아오면 보험료 원금은 돌려받고 금리가 떨어져도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은퇴자나 고액 자산가들 사이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2017년 금리 인하로 연금이 줄자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들은 연금액이 상품에 가입할 때 설명 들었던 최저보장이율에 못 미친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분쟁이 심화하자 금융감독원은 ‘약관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삼성생명에 과소지급분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2018년 삼성생명 이사회가 해당 사안은 법원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하면서 즉시연금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갔다.
결국 가입자들은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과 함께 공동소송인단(56명)을 구성, 삼성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4월 첫 변론기일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10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소송의 핵심은 약관 속에 ‘만기 환급금 재원마련을 위해 연금월액서 일부를 차감한다’는 내용이 명확히 포함됐는지 여부였다.
가입자 측은 약관에 해당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과소지급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은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 속에 해당 내용이 담겨 있다며 보험금(월 연금액)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 어능쇼크 가능성… 소비자 신뢰도 악영향

일각선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소송서 패소하면서 다음달로 예정된 실적발표서 어닝 쇼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판결이 당장 삼성생명의 주가에는 큰 부담을 주지는 않겠지만,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충당금을 쌓을 경우 실적에도 영향을 미쳐 내달 발표되는 실적에도 관심이 쏠린다.
즉시연금 소송 패소에 따라 충당금을 적립할 경우 삼성생명의 연간 순이익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이슈로 3000억원 규모의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2분기에 반영하면 예상 지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87.3% 줄어든 571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감원이 2018년 파악한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액은 가입자 5만5000명 대상 4300억원으로, 이는 삼성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3705억원)의 30%에 달한다.
1분기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특별배당금을 제외한 순이익 4406억원인 가운데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는 금액이 3000억원에 이르는 만큼 연간 실적 전망치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충당금 적립을 제외한 2분기 순이익은 285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3274억원)를 소폭 밑도는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2분기 충당금 적립은 있겠지만 1분기 대규모 이익에 힘입어 올해 전체 지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2.3% 증가한 1조548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번 판결이 소비자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지켜야 하는 무형의 약속을 판매하는 산업이다.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고 법원이 판단하면서 삼성생명의 보험금 지급에 대한 신뢰도에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앞서 삼성생명은 2017년부터 암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암환자들과 분쟁을 겪어왔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은 삼성생명 서초 사옥 2층을 점거하며 장기간 농성을 진행해왔다.
최근 양측은 타협점을 찾아 합의하며 보암모의 농성은 중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이번 합의가 비공개로 진행된 상황이라 구체적인 합의내용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암 보험금이 지급된 형태의 합의가 아니라면 양측의 분쟁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문제로 신뢰의 금이 간 상황서 즉시연금 문제까지 겹치며 많은 고객의 머릿속에는 보험사가 ‘줄 돈을 안 준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특히 삼성생명은 가입자가 가장 많은 보험사인 만큼 이런 분쟁이 생길 때마다 ‘비난의 중심’에 서왔다. 소송전의 의도와 별개로 즉시연금 분쟁이 지속될수록 업계 맏형 위치에 있는 삼성생명 이미지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석기자 kms@insur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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