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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保개편, 의료비 부담 줄이려면 '민영의보' 활성화돼야 |
| [2006-11-24 16:3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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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의료보험제도 개편안을 두고 정부와 보험업계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강화와 불필요한 진료 방지 등을 위해 민영 의료보험의 보장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확정하자 생·손보 할 것 없이 정면 대응에 나섰다. 민영의보 개선책에 대한 진실공방을 파헤친다.
정부와 업계의 핵심 쟁점은 본인 부담금과 상품표준화 문제.
정부는 민영보험이 환자 본인 부담금까지 보장해 과잉 진료를 양산,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민영의료보험이 환자의 법정 본인부담금을 보장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 요인이 민영의료보험 계약자의 과잉진료라는 보건복지부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며 "국민 소득수준의 증가, 의료서비스 가격의 급격한 상승,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확대가 재정 악화의 원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은 보험사들이 취약한 보장과 부실한 정보제공 등 민영 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외면한 채 이윤 확보를 위해 공보험과 사보험의 역할 조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민영의료보험이 법정본인부담금을 보장할 경우 국민건강보험 부담금은 최소 2,400억원,최대 1조7,000억원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불하는 의료비용은 급여와 비급여 부문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급여부문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65% 가량을 보장하고 있으며, 나머지 법정 본인부담금과 비급여(고가 의료장비 이용료 등) 부문은 환자가 내고 있다. 실손형 민영의보는 비급여와 법정 본인 부담금을 실비 기준으로 보장해주는 보험으로 2005년 8월부터 개인 판매가 허용되긴 했지만 수익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보험사에서 아직까지는 보험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 정부측, "건보 재정악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민영의료보험의 본인부담금 보장을 금지하려고 하는 것은 건강보험의 재정악화를 더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손형 민영의료 보험으로 인해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의료이용 증가 → 건강보험 지출 증가 → 건보 재정악화 → 건보 재정손실 보전을 위한 예산 투입증가 → 기타 다른 복지사업 시행여지 축소'라는 과정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험업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본인부담금 보장 허용'에 대해 조목조목 근거를 대고 반박하고 있다.
우선 실손형 상품의 판매가 금지되면 6조4,000억원의 본인부담금이 고스란히 의료 이용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데 대해서는 도리어 '현행 민영의료보험 상품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복지부측은 "현재 월 10만원이상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민간보험 가입자는 대부분 감기 등의 경증 질환보다는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 고액중증 질환에 대비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가 2003년도 암환자의 치료비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년차 암환자들은 평균 1,000만원의 진료비를 쓰는데 이중 500만원은 건강보험이 부담하고 나머지 500만원은 본인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인이 내는 500만원은 다시 법정 본인부담금 170만원과 비급여 진료비 330만원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암에 대한 보장성이 강화됐기 때문에 법정 본인부담금은 170만원에서 70만~80만원으로 줄어들었다"며 "문제는 본인부담금이 아니라 비급여 비용이며 여기에 맞춰 보험상품이 잘 설계돼야 하는데 기존 실손형 상품은 실제 보장해 주는 것은 적으면서 보험료만 비싸게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민간보험이 건보재정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주장도 국내외 각종 실증 자료에서 일관되게 뒷받침되는 사실"이라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공단 연구센터의 자료를 인용, 실손형 상품의 법정 본인부담금 보장을 허용할 경우 건보 부담금이 최소 2,400억원에서 최대 1조7,000억원(전체 보험료의 1.5~10.6%)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출산지원정책에 따라 6세 미만 아동의 입원진료비를 법정본인부담금까지 모두 면제해주고 보니, 이들의 내원일수는 52.2%, 진료비는 15.6%가 증가했다는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의 연구자료도 반박 근거로 내놓고 있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도 민간의료보험상품의 보장범위에 따라 공공의료비가 적게는 14%, 많게는 96%까지 늘었다는 자료도 덧붙이고 있다.
복지부 배병준 보험정책팀장은 "그동안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과 민간보험간 역할설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총 27회에 걸쳐 관련 부처와 전문가, 보험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며 "이런 의견 수렴과정에 들어와서 의견을 개진하면 되는데 업계가 장외에서만 변죽을 울리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재정경제부 주도로 관계부처와 업계가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실손형 의료보험이 국민건강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는 용역을 의뢰할 예정이다.
재경부는 이달말까지 민영의보 제도개편안을 위해 6개팀을 구성키로 했다.
재경부 2팀을 포함해 금융감독위원회, 보험개발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참여한다.
재경부는 6개팀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한 뒤 보험업계 전문가들을 불러 의견을 교환한 후 외부 용역결과가 나오면 유예기간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 보험업계, "개정안은 현실 고려치 않은 탁상행정"
 그러나 보험업계는 이에 대해 사실상 보험산업을 말살하는 정책이라며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업계는 환자본인부담금에 대한 보험보장을 금지하는 당국의 개정안 현재 1,000만명에 이르는 보험가입자와 시장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생보협회와 손보협회는 나란히 "본인 부담금을 보장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고 보험사들의 영업 기반도 약화된다"고 입을 모아 "만약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20% 증가해 오히려 서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했다.
보험업계는 민영의료보험의 본인부담금 보장을 제한하면 소비자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가령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건강보험공단 부담액 60만원 ▲법정 본인부담액 30만원 ▲비급여 10만원 등 총 100만원의 진료비가 나올 경우 본인부담액과 비급여 부분까지 모두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해준다.
실제로 본인이 따로 지출하는 것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민영의료보험의 본인부담금 보장이 금지될 경우 본인부담금 30만원을 직접 내야 한다는 것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지난 2004년 기준으로 국민의 전체 의료비 가운데 순수 본인부담 의료비는 43%인 12조5,000억원"이라며 "이 가운데 35%에 해당하는 4조4,000억원을 민영보험사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의료보험의 보장영역을 축소하면 그만큼 국민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 "健保 재정악화는 민영醫保 때문이 아니다"
보험업계는 민영의보의 보장영역이 축소되면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민영의보가 저소득층에게 매우 중요하고 유일한 의료비 재원이어서 법정 본인부담금 제한은 저소득가계에 부담을 크게 하고 의료접근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소득 100만원 미만 소득자의 1인당 법정 본인부담금은 13만3,000원, 200만~250만원 소득자는 10만2,000원으로 저소득층일수록 크게 나타났다.
특히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소득이 없는 노령층의 의료비가 증가하는 반면 의료비 부담은 늘어 의료혜택의 사각지대가 형성될 수 있다.
현재 노령층 인구(65세 이상)는 전체인구의 8% 수준이지만 의료비는 전체의 25%를 웃돌고 있다.
이에 반해 신의료기술이나 상급 병실 등 비급여 부분만 보장하는 민영의료보험은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비싸져 고소득층만 가입하게 돼 의료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손보협회 안병재 상무는 건강보험 재정악화 문제에 대해 "민영 의료보험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것은 그야말로 허구에 가깝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민소득 증가, 의료서비스 가격상승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전문가들 역시 "당국은 민영의료보험이 환자본인 부담금을 보장하면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늘어나고 결국 건보 재정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복지부의 정책은 현재 민간의료보험이 보장하고 있는 환자본인부담금을 보험에서 제외한다면, 민간의료보험 시장 축소는 물론 당장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의료비가 당장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며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 가입자는 의료기관을 자주 찾기 때문에 질병을 조기발견 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 의료비 총액은 줄어들고 결국 건보재정에 도움이 된다"며 "더욱이 민간의료 보험이 고가 장비 사용이나 고급 의료서비스에 한정된 비급여 부분만 보장할 경우 민간보험에 가입한 상류층들의 대형 의료기관 이용편중 심화와 고급 의료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면서 의료서비스의 양극화가 촉진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험상품은 '사고발생의 우연성'을 기반으로 상품을 설계하는데, 민간의보는 환자가 선택 가능한 비급여 서비스 부분만을 보장하게 된다면 '악의적 보험가입자'를 양산하게 될 우려가 크다"며 "이 같은 보험의 기본원칙마저 무시하는 정책이 추진된다면, 결국 보험료 급등 등 보험가입자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복지부 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보험개발원 오영수 보험연구소장은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국민소득수준의 증가, 의료서비스 가격의 급격한 상승, 국민건강보험의 보장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실손형 의료보험에서는 초과이익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법정 본인부담금을 보장하더라도 소비자의 보험사기 유인은 적다.
반면 행위별 수가제하에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적은 것을 인지한 의료공급자(병원)의 과잉 공급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법정본인부담금을 보장하게 하되 민영의료보험 상품에 본인부담액을 설정해 과잉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의료이용 실적에 따라 의료보험료를 부과하는 제도인 할인할증제도를 도입해 의료 과잉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지혜를 모아… 민영醫保 사회적 합의를
 민영의료보험법안은 국민 건강 복지 향상과 보험 상품의 표준화 작업, 공적보험 강화 등 복지 선진국 진입을 담은 참여정부의 장기 로드맵이다.
하지만 이 안대로라면 자영업자들은 오는 2030년 의료보험료를 지금의 2배가량인 자기 소득의 10%를 내야 한다.
60%를 보상한다 해도 잔여 40%가량을 본인이 부담하고 보험료와 진료비를 내야 하므로 서민들의 부담은 늘게 된다.
정부가 벤치마킹하는 영국도 의료보장 체제의 일정 부문은 민간에 맡기고 있다.
물론 복지부 의견은 타당하다.
그러나 선진국은 건강보험 제도를 나라별 환경과 전통, 조세 제도에 따라 모두 다르게 운영할 뿐 복지부처럼 인위적으로 규제하진 않는다.
네덜란드의 경우 보장 범위를 정부가 정하지만 공보험 조합은 모두 민간 보험회사로 전환시켜 경쟁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불필요한 가수요 및 과잉진료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는 문제는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개편안대로 한다면 보험업계가 받는 타격이 크다.
현재 보험상품은 본인 부담금의 급여부문과 연계된 상품이 70%가량에 이른다.
만약 이 방안이 확정된다면 보험사 입장에선 앞으로 상품설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비급여만 보장한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부르는 게 값인 질병'만 해당된다.
상품 표준화 문제 역시 상품 종류가 제한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그만큼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는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
또 민영 의료보험으로 인해 서민층이 중대 질병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점도 있기에 보장을 축소하면 그만큼 서민층이 받는 혜택도 줄어든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실을 무시한 의료보험법 제정은 국민적 부담과 국가 경쟁력 실추의 두 가지 잘못을 범하게 된다.
좋은 정책도 국민에게 불편을 주고 부담이 되면 정책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효과도 미미해 사장되기 쉽다.
고액 의료비 발생도 질환과 무관하게 보험의 본질적 기능에 의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민영의료보험법 개정과 관련, 정부는 시간을 두고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짜고 내용에 대한 공청회와 국민적 여론 수렴을 거쳐 사회적 합의가 도출된 제도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보장 체계 효율화를 위한 민영의료보험 역할 설정의 방향은 비급여뿐만 아니라 공보험의 보상 공백을 충실하게 메울 수 있는 '본인부담 보충형'으로 전환,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시키고 건강보험의 공백을 보완해 공적 재정부담 경감과 산업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 민영의료보험의 단계적 본인부담금 제도 도입이나 관리감독은 금감원이, 국민건강보험 강화는 복지부가 맡는 등의 개선 방안도 찾아볼 때다.
최근 한국보험학회가 개최한 '공영의료보험과 민영건강보험의 상호역할 정립' 세미나의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국민이 의료비 지출 중 본인부담금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민영의보에 가입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이를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저소득계층을 포함한 중간소득계층의 민영의보 가입자가 상당수 존재함을 감안해야 한다"며 "건보의 내부통계와 민영의보의 내부통계는 원칙적으로 공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의료사용 실적자료에 대해 개인의 사적정보를 보호하는 전제 하에서 '크로스체크'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민영의보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의료보장성 저하와 의료보험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국가는 국가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역할 만을 분명히 하고 민영의보도 질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경영전략을 수립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월간 Insurance 12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월간 Insurance 정기구독문의 ☎02-749-4795 |
변석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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